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 일상의나른함

1996년 6년반 동안 공부했던 전공을 버리고 지금의 컴퓨터관련 업종에서 직업을 얻었다. 물론 군대라고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내가 공부한 "통계물리학"이라고 하는 것이 직업적 비전이 별로 없었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가 공부하던 학문이 학부에서와 같은 재미를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어렵다는데 있었다.

너무 어려웠다. 많은 밤들을 연구실에서 보내고 어떻게든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아내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적어도 50년전에 나온 이론들을 되집어 가며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매일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다고 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도 컸다.

책과 논문들에는 50년전의 때묶은 과거가 있었지만, 컴퓨터 모니터에는 바로 세상 저편의 이야기와 격동하는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나의 직업관은 "물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컴퓨터 어시스턴트"를 하는 것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물리학과 컴퓨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나서지 않고 뒤에서 뭔가 중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환경에서 이런 직업을 구하기란 정말이지 하늘의 별따기. :-(

이런 이유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던 젋고 꿈이 있는 회사인 현 회사(현재는 주로 인터넷 사업을 한다)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 어려움도 있고, 많은 즐거움도 있었고, 많은 배움도 있었다. 알지도 못하던 어셈블리 코딩도 해봤고, html과 cgi 개발도 해보고, 유닉스하에서 게임서버도 개발하고, 시스템 엔지니어로 몇억이나 되는 돈도 써보고, 알지도 못하던 웹기획이라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마케팅관련 책을 읽고, 조직을 관리하고 돈을 벌기위해 이젠 남들이 경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들도 읽고 있다.

물론 때때로 자신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싫증을 느낄만큼 한곳만을 파고 있지는 않으니 "나에겐 아직도 배우는 즐거움"이 남아 있다. 물론 나에게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주길 기대하는 주위 사람들이나 이런 어설픔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

항상 누군가 나에게 변화할 것을 요구하면 그것은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된다. "나는 한곳에서 한가지에 몰두하며 프로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항변을 해보지만 대부분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하는 자기방어인 것 같다. 곧 새로운 것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은 "수학(修學):배우는 것"이다. 이러하니 나는 참으로 좋은 기질을 타고난 듯하다.

"The Change Monster"라는 책이 있듯이, 항상 "변화"라고 하는 괴물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학문하는 즐거움"이란 내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앞으로 또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뭔가를 "배우는 재미가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그 일을 서슴없이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당신의 선택은?에 트랙백 보냅니다.

핑백

  • erehwon.LAB : ‘Change Monster’를 맞이하며 2009-11-28 02:46:43 #

    ... 로 새 직장으로 적을 옮겼습니다. 내일이 첫 출근인데 ‘괴물’과 싸워 이겨봐야죠.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제야 운전면허를 따서 오늘 서울 시내 첫 주행을 했습니다. (*.*)v 그간의 Change Monster. ... more

덧글

  • erehwon 2003/10/20 18:56 #

    물론 물리학 뿐만 아니라 "수박 겉핧기 식"으로 경험해본 다른 많은 학문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뭐든지 파고 들어가면 어려운 것 같아요. 학문하는 사람들이 정말 위대해 보여요. ㅠ.ㅠ
  • 修身齊家萬事成 2003/10/20 22:19 #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도 참 재밌습니다. 셋이 갈때 그 중에 한명은 나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참 배울게 많습니다. 많은 좋은 분들과 친분을 나누시길 감히 권해드립니다.
  • 이장 2003/10/20 22:38 # 삭제

    진지한 목소리에 가벼움을 더하는것 같아 죄송하지만 어렸을 때
    맥가이버가 물리학도인것을 알고 물리학자를 꿈꾸었지만 실상
    고등학교 때 제일 피하는 과목중에 하나 물리인것을..

    물리는 정말 물렸습니다.
  • erehwon 2003/10/21 02:35 # 삭제

    이장님 말마따나 저희때는 맥가이버에 스티브 호킹에 말그대로 물리학이 각광 받던 시대였지요. 하지만 졸업하고 나니 아니더군요. 고3 담임 선생님이 물리학 선생님이였던 것도 한몫 했을 겁니다. 해보면 사실 어려울거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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